7월 객원작가 - 이겨레


이겨레 개인전
'상하좌우 Up, Down, Left and Right'


전시일정:    2016. 07. 19 - 07. 28
관람시간 :   11시~6시
휴관일 및 별도의 오프닝 없음




작가의 글 _ 이겨레
 
나는 작업 초기에는 어렸을 적 백내장 수술 이후부터 내 눈에 불분명하게 보이는 대상들을 어떻게 인지하고, 회화의 영역에서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험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나의 불분명한 인지능력으로 인한 한계가 단지 시각의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함께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내용을 한계상황이라는 주제를 통해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 <상하좌우>는 그간 관심사에서 최근 약 1년 반 동안 다시 몇 갈래로 뻗어 나간 내용을 그림 모음집으로 풀어낸 전시이다. 상하좌우라는 전시의 제목은 단지 위치를 뜻하는 말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거나 물리적, 심리적으로 상하 관계에 있는 것이나 좌우라는 동등한 선상에 있는 것 등 다양한 인식의 범주에서 포착한 관계를 의미한다. 그동안 나는 권위에 의한 위계관계나 ‘애인 사이’, 거리의 금연영역, 개인의 이념에 대한 정의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어렵지만, 임의적 구분이나 합의로 영역이 나누어져 서로의 영향관계가 만들어지는 것들에 관심이 있었다. 이러한 구분이 특히 내가 종종 어떤 대상을 구분하는 주체가 되었을 때 그 대상에 편견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나열한 예시와 유사하게 이미 규정된 것이 만약 성격이 바뀌거나 사라져 버렸을 때 그 상황과 맥락은 조형적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이번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앞선 질문들에서 정확한 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림을 그리면서 나와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있었다.
 
매체에 대한 탐구에서 나는 캔버스를 물리적인 공간과 은유적 공간으로 함께 바라보고 활용하려는 입장이다. 나는 물감층을 쌓아나가거나 닦아가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방법을 쓴다. 이는 내가 캔버스와 그림에 대해 갖는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방식이라고 본다. 다른 한편, 나는 어렸을 적 유아백내장수술 이후로 초점이 정확히 맞지 않게 보이는 나의 시각상태를 수용하여 그림을 그린다. 이는 나의 시각적 한계지점을 드러내기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눈으로 인물을 바라보며 갖는 심리적인 면 또한 작업에서 함께 작용한다. 내게 명확하지 않게 보이는 사람들과의 갑작스럽고 불확실한 관계 맺음 속에서, 인간의 연약함이나 두려움, 거리감 등을 함께 느꼈다. 그리고 그 심리적 측면이 대상을 그리는 구도나 방법에서 적용되었다.
 
나는 시각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가장 긴밀한 영향을 미쳐온 대상인 인물을 소재로 삼는다. 특히 나는 이번 작업들에서 대체로 내 또래의 주변 인물들을 소재로 삼았다. 그들은 내가 속한 세대로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기에 좋은 모델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평소에 주변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 사람들의 경험들을 다양한 맥락에서, 특히 사회적인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그들과는 이번 전시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과 생각들을 다시금 관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