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시]... 작품설명




1. 박종혁, 잘가세요1, 가변설치, LED전구와 종이배304개, 자작시, 2016
 잘가세요2_퍼포먼스-노래 : 김일두의 울었어+지하철역화장실, 잘가세요 시낭독, 2016
2. 조은재, 작품이 될 작품, 가변크기, 작업구상 스케치,거울,책상,조명,의자 등, 2016  
3. 조말, 말이 없는 시, 60.6x40.9cm 2개, 필름,핀,캔버스, 2016
4. 썬썬, 유서, 27.3×22cm 8개, collage on linen, 2016
5. 전수오, 화(畵)의 연금술, 91x91cm, 장지에 먹, 조명 설치, 2016
6. 이정우,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30×40cm,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2009
 Gs, a gale out there, 50×61cm, 캔버스에 오일, 2013 
7. 심윤아, 제목없음, 가변크기, 종이 위에 색연필, 2016
8. 이은경, Heaven, 70x80cm, oil on canvas, 2015





1. 박종혁_
 4월은 세월호 2주기이다. 지난 2년간 가슴속에 묵직하게 있던 그것을 꺼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눈물 흘리는 것과 잘 가시라는 말뿐... 먼저 ‘잘가세요’ 란 시를 쓰고, 304개의 종이배를 접기 시작했다. 종이배에 등을 달아 가시는 님의 하늘 길 위에 불을 밝혀드린다. 등불 단 종이배와 함께, 내 상황과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 가수 ‘김일두,삼군,단편선’의 음악을 통해 접한 노래를 부르며 시를 읊는 퍼포먼스를 한다.       


2. 조은재_
 ‘시‘는 다른 문학 장르들보다 좀 더 상징적이고, 그 상징들을 읽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작가가 쓴 상징을 읽고 해석하는 이러한 과정을 거울에 쓰여진 글씨, 그것을 비추는 조명, 거울을 통해 다른 곳에 반사된 빛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러다 이 작품은 전시를 준비하는데 주어진 한 달 이라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과 많은 실험이 필요한 작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계획, 한 달 간 작업실에서 작품을 구상했던 스케치, 거울과 조명으로 실험해보았던 과정 자체를 작품화 시키기로 하고, 이것을 언젠가 ‘작품’으로 보여주게 될 것임을 약속하는 ‘작품이 될 작품’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3. 조말_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시를 말이 없는 즉, 사진 이미지를 시구로 만들어 시의 형식을 빌어 설치하였다. 사진으로 찍은 찰나의 이미지는 환경과 감정이 혼합된 함축적인 시 라고 생각했다. 필름이 주는 느낌과 그 안에 담긴 작은 이미지는 빛을 통해 캔버스 위에 아련한 잔상처럼 확장되어 보여진다. 이것은 마치 시를 읽고 난 후의 잔상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관계성이 없어 보 이는 형상 언어들은 작가의 선택에 의해 하나의 상징적인 이미지 시로 만들었지만 관객의 상상에 의해 무한대로 재구성하여 읽을 수 있는 열린 시이기도 하다.  
 

4. 썬썬_ 
 서로 다른 맥락에 있던 이미지와 텍스트를 채집하고, 그것을 한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으로 평소 작업(그림)을 진행하고 있다. 그 형식을 사용하여 '시'를 만들었다.
  1.시집 한편을 선택 
   -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
 2. 문장과 단어를 무작위로 잘라낸 후 책상 위에 늘어 놓는다.
  3. 즉흥적으로 부분들을 선택하여 재구성. 한 편의 시 또는 시의 한 행을 만든다.
  4. 이것은 각 부분 그 자체로 하나의 '시'일수도 있고, 부분들이 관객의 머릿속에서 연결되어 하나가 완성될 수도 있다.



5. 전수오_
 잠든 눈송이에 입김을 불어 넣어주려 하기로
                                                                                                                                                             이현호
 
 납으로 황금을 빚으려던 연금술사들은 납중독으로 죽어갔다
 낱말의 화학으로 아름다운 사전을 실험하던 친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매 순간 사산(死産)되는 시간들 날아와 깃드는
 백지의 다락방에
 빈 오선지 그려진 엽서가 도착했다

 바람은 제 속에 세상 모든 음을 품고,
 한 송이 들꽃이 지평선을 통째로 떠받치네.
 내 아름다움은 주어를 잃어버렸고,
 보통의 돌을 흉내내기 위해
 나는 광물의 잠 속에 들려하네.

 적요(寂寥)의 어깨너머로 눈송이의 음률을 지휘하던 겨울나무가
 잠든 누이의 방안을 훔쳐보듯 내가 떠난 다락방 창가를 기웃거리고

 친구여, 왜 모든 시에선 암매장의 냄새가 나는가  



6. 이정우_
패트릭 쥐스킨트는 자신의 글에 유명한 시를 인용하려 했으나 저자의 표제는 물론 뭐라고 씌어 있는지 완벽하게 잊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런 문학적 건망증을 축복이라고 했다. 위대한 문학작품앞에서 경외심에 얼어붙은 그를 지켜주고 심지어 표절의 문제 또한 해결해준다고 말이다. 
Shapinsay섬에서 겪은 내기억을 완벽하게 불러 낼수는 없다. 하지만 머리속 기억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 그곳의 장면은 완벽하게 재현할수 없기에 쥐스킨트가 말한것처럼 독창적인 창작물로 거듭난다.     

  
7. 심윤아_
 그림이 시고, 시가 그림인데, 두가지를 한번에 작업한다는것이 스트레스였다. 갑자기 그림시를 지어낸다는 것도, 시를 그림으로 옮기는 것도 내게는 불가능하다 느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읽은 시...그렇구나. 이렇게 시가 말을 걸면 난 몽실몽실해진 내 마음을 그리게 되는거구나. . .이제 나의 축제를 즐겨야겠다.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 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나의 축제를 위하여 ( Mir zur Feier ) 」 , 김재혁 번역 -

8. 이은경_
시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개념들을 연결하는 감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벽과 문을 한 몸처럼 연결하는 것과 같다. 그림에 그려진 사람은 거대한 벽 앞에 서있다. 동시에 사람의 본체가 그 벽으로 흡수되어 마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통로처럼 보이게 되는데, 여기서 벽과 문은 경계가 모호해지고 둘은 초현실적인 상황과 감각을 유발한다.